2011년 1월 5일 수
아침 바다는 밤새 성이 났나 보다. 어제보다 파도가 더 커졌다. 바람은 더 강해지고 비 내리는 숙소에서 아침(160R)을 먹는 사이 양쪽 현지인들은 일찍 어디론가 떠났다.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어, 짐을 챙겨 도로까지 걸어 나와 버스를 타고(20R) Bus stand에 내려서 8시 45분 캔디(Kandy)행 버스에 올랐다. 어제 온 길을 거꾸로 담불라를 거쳐 캔디까지 가는 일정이다.
군대에서 열병을 하는 것처럼 차창으로 검게 그을린 건장한 무장군인들이 스쳐간다. 휴게소에서 옥수수(20R/1통)를 한 통씩 사 먹고 얼마를 갔을까 1시가 넘어서자 학생들이 하교하느라 차에 오른다. 이정표에 캔디 4Km라고 적혀있는 곳으로부터는 교통체증이 매우 심하다. 4Km를 가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캔디에 3시경 도착했을 때 비가 내려 할 수 없이 바자지를 타고 추천하는 곳으로 따라갔지만 방값은 괜찮으나 주변이 복잡해 우리가 호숫가 숙소가 몰려있는 곳으로 가자고 해서 Golden view Rest에 숙소(1400R)를 정했다. 바자지는 시내 관광을 한 셈 치고 200R를 주었다.
Kandy는 스리랑카 제 2의 도시로 15C에 건설되어 18C까지 수도였던 곳이다. 분지에 발달한 도시중앙에는 인공호수가 있고 석가모니 이(齒)를 모신 달라다말리가와(Dalada Maligawa) 사원(佛齒寺)이 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콜롬보 북동쪽 내륙 해발고도 약 500m에 위치하여 전통적인 경관이 남아있고 교통ㆍ상업의 중심지란다.
짐을 풀어놓고 간편한 복장 차림으로 시내를 나간다. 걸어서 약 10분 거리에 Down town이 있어서 좋다. 여러 위치를 확인하고 Information center에 가서 정보와 지도를 확보하던 중 KOICA 소속 봉사단원인 양양(20대로 한국어 교육봉사를 1년쯤 하고 있다고 함)을 만났다. 휴가 중이라 김장(캔디 이웃에 40대의 봉사자가 있어서 함께 김치를 담았다고 함)을 담아 온다면서 자기네 집에 가서 식사를 하자고 졸라 미안하지만 따라가기로 했다. 슈퍼에서 반찬거리로 채소와 닭다리(460R)를 사고 함께 바자지를 타고 우리 숙소 앞 호숫가 도로를 지나 20여분 정도 더 산 비탈길을 올라간 곳에 양양의 숙소가 있다. 양양과 아내는 부지런히 저녁을 준비한다. 밥은 전기밥솥이 하고 된장찌개를 끓이기 위해 감자를 까고 닭다리는 튀기고 바쁘게 움직여 상을 차렸다. 쌀밥에 된장찌개와 닭다리 튀김, 오늘 담아 온 겉절이김치, 부추김치, 그리고 맥주(접대용으로 냉장고에 비치해 놓았다고 함)까지 진수성찬을 배부르게 잘 먹었다. 스리랑카까지 와서 우리 김치와 된장찌개를 맛보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다. 너무나 감사한 마음으로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런데 캔디에 있는 동안 자기네 집에서 자란다. 내일 자기도 일정이 없어 안내를 해 주겠단다. 너무나 고마웠지만 짐이 다른 곳에 있고 신세를 지기가 미안하여 거절하였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콜롬보에 있는 한 과장(내 직장 동료직원의 딸)과 통화를 하고 한국의 우리 아들에게도 전화를 해 손녀에 대한 안부를 물었다. 양양에게서 군복무 대신 국제협력단 소속으로 해외봉사를 하는 청년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외국어도 배울 겸 한 번 해볼 만한 일이다.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하다가 밤이 늦어 현관에서 인사를 하고 한참을 걸어 내려와 바자지(150R)를 기다려 타고 집으로 왔을 때는 10시가 넘었다. 20대의 젊은 아가씨가 어쩌면 그렇게 고운 마음씨를 가졌을까 부러워했다. 나도 타국에서 만난 한국 사람에게 그렇게 친절할 수 있을까? 부끄러움이 앞을 가렸다.
2011년 1월 6일 목
호숫가를 지나 중심가까지 걸어 나와 여유 있게 좋은 Restaurant에서 아침(680R)을 먹었다. 정갈한 음식과 서비스가 마음에 들었다. 간식으로 빵(80R)을 사서 챙긴 후 시계탑 옆에서 버스(12R)를 타고 Royal Botanic garden(식물원)에 간다.
캔디 중심 거리
9시 쯤 입장료 10달러(1190R)를 내고 입장했다. 비가 간간이 내려 우산을 폈다가 접었다가를 반복했다. 처음으로 Giant Bamboo 숲과 호수를 지나 Medicinal garden, Students garden(이름에 걸맞게 식물원 곳곳에 젊은 대학생들이 쌍쌍이 앉아서 관광객을 의식하지도 않은 채 밀애를 한다)을 둘러보았다.
식물원 입구
Cook's pine avenue를 지나 뒤편으로 가는데 새들의 노랫소리가 요란해 살펴보니까 박쥐들이다. 동굴박쥐가 아닌 대형박쥐들이 나무에 앉아 회의를 하는지 시끄럽다. 나무뿌리가 정말로 이렇게 얽히고설킬 수가 있을까 어지럽게 드러난 곳도 있다. Suspension bridge를 중간 쯤 건너보고 Royal palm avenue를 지나서 Great circle을 통과한다. 한 나무로는 대형인 Java fig tree 밑에서 쉴 때쯤 날이 개이고 기온이 올라간다. 우산을 접어서 넣고 Cafeteria에 들려 차 한 잔을 먹었다. Pot tea(175R)를 시켜 먹고 200R를 냈더니 20R를 거슬러 준다. 기분이 나빴지만 거슬러줘도 tip으로 줄려고 했다. 이 나라는 가끔 잔돈을 안 준다. 그런가 하면 1~3R 정도의 우수리는 안 받기도 한다. 그런데 특히 바자지 운전수들이 돈이 없다며 잔돈을 안 주려고 한다. 여기서 양양의 전화를 받았다. 시내에 오면 자기가 한 곳을 소개해 주겠단다. 고마웠지만 사양했다.
그런데 여기 나무들은 연리지가 많다. 우리나라에 있으면 신성시하고 관람객들로 난리가 날만한 나무들이다. Cabbage palm avenue를 둘러보고 Cactus house, Flower garden, Orchid house를 관람하고 2시쯤 식물원을 나왔다.
버스(12R)를 타고 캔디로 돌아와 KFC에서 간식(360R)을 먹고 호숫가에 있는 박물관(촬영 금지)을 관람하고 불치사는 겉에서 보고 사원구역을나오는 곳에 있는 차농장을 기념으로 조각한 분수가 인상적이었다.
시내 중심가에서 ATM으로 2만R(207,923원)를 인출하고, 저녁거리로 빵과 쁘라다(130R)를 사고, 슈퍼에서 과일과 맥주(480R)를 산 후 호수가 길을 따라 걷는다. 또 양양이 전화했다. 내일 하루 더 있으면 근처에 좋은 곳으로 안내를 하겠다고 했지만 내일은 누와라엘리야로 간다고 사양했다. 온수로 사워를 한 후 저녁을 먹고 내일의 일정을 정하고 추워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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